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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문제와 태양계의 기적같은 균형

THE BERRY 2025. 3. 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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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문제와 태양계의  기적같은 균형

어릴 적, 물리학은 내게 가장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과목이었다. 공식만 외우고, 숫자만 나열되었고, 그 어떤 질문도 허락되지 않는 수업 속에서 과학은 그저 시험을 위한 지식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 양자 얽힘, 퀀텀 점프, 의식과 현실의 상호작용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엔 자기계발의 맥락에서 시작된 호기심이었지만, 점점 더 과학의 깊은 본질과 철학에 이끌리게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삼체'를 보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물리학의 세계에 다시금 빠져들게 되었다. 단순한 SF가 아닌, 과학과 철학이 맞닿는 흥미로운 사유의 장. 그중에서도 나의 생각을 가장 자극한 개념은 바로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였다.

삼체 문제란, 중력에 의해 서로 영향을 주는 세 개의 천체(예: 태양, 지구, 달)의 운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물리학적 난제다. 두 개의 물체만 있을 때는 뉴턴의 법칙을 통해 비교적 정확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천체가 추가되는 순간 운동은 극도로 복잡해지고,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 상태로 접어든다. 이로 인해 수백 년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도전했지만,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결국 "일반적인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삼체 문제'는 단순한 SF적 상상력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학의 난제라는 점이다. 이는 '이론'이라기보다, 수백 년간 과학자들이 수학적으로 도전해온 현실적인 문제이며, 지금도 수치해석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분적인 해를 찾고 있는 주제이다. 또한, 우주에는 실제로 세 개의 항성이 중력으로 얽힌 '삼중성계'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삼체』에서 묘사되는 세 태양을 가진 행성계도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고 있는 지구–태양–달 시스템 역시 '삼체 문제'의 현실적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 천체는 이론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에 속하지만, 놀랍게도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태양은 중심에서 막대한 중력을 발산하고, 지구는 그 중력에 의해 공전하며, 달은 지구의 인력권 안에서 주위를 돈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수십억 년 동안 충돌 없이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며 계절과 조수, 생명의 주기를 만들어왔다. 이는 '삼체 문제'의 일반적 혼돈과는 달리, 특수한 균형 조건이 만들어낸 예외적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아니 나는 이런 질문들이 떠 올랐다.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어째서 우리 태양계는 이토록 안정적일까?

이건 단지 우주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가 우연히 실현된 결과일까, 아니면 어떤 보이지 않는 원리나 설계가 존재하는 걸까?

삼체 문제를 탐구한 과학자들은, 이 태양계의 안정성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을까?

이와 같은 질서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그 우주의 일부로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드라마 '삼체'에서는 이 예측 불가능한 삼체계에서 살아가는 외계 문명이, 자신들의 혼란스러운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지구를 침략하려 한다. 그들의 시각에서 지구는 이상적이고 안정된 세계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환경이 얼마나 기적적인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리학이 말해주는 세계는, 더 이상 딱딱한 공식을 외우는 학문이 아닌 것을 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와 우주의 질서를 탐구하는 놀라운 언어이며,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사유의 통로다. 나는 이제 과학이 주는 경이로움 속에서, 나 자신과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생각들을 조용히 남긴다. 아직도 탐구하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언젠가 이 글이 누군가에겐 작은 깨달음이나, 잊고 있던 경이로움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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